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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은 버터 때문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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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b
댓글 0건 조회 3,861회 작성일 23-06-07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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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교회가 지배하고 있던 중세 유럽에는 이상한 금기가 하나 있었습니다. 


  서기 9세기부터 가톨릭 교회의 중심지인 로마 교황청에서는 사순절, 즉 예수 그리스도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날인 부활 주일 이전의 40일 동안, 광야에서 음식을 먹지 않고 고행을 했던 예수의 고난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육류와 버터를 먹지 않았던 것입니다. 

 

  만약 이 금기를 어기고 사순절에 버터를 먹게 되면 우상숭배보다 더 큰 죄를 짓게 되며, 부득이하게 먹어야만 한다면 교황청에 미리 사정을 설명하고 면죄부를 발급받아야 한다는 조항도 교황청에서 덧붙였습니다. 

 

  왜 버터를 먹지 말라고 했느냐 하면, 버터는 우유로 만든 식품이니 자연히 쇠고기와 연결된다는 점에서였습니다. 즉 버터 역시 넓은 범주에서 보면 쇠고기라고 할 수 있으니 먹으면 안 된다는 뜻이었습니다.

 

버터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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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jpg

 

  이탈리아와 스페인 같은 남유럽에서는 사순절의 버터 금지가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전통적으로 남유럽에서는 버터를 미개한 북방 야만인들이 먹는 음식으로 여겨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버터보다 올리브기름을 선호했습니다. 


  반면 북유럽 지역에서는 추운 날씨 탓에 올리브를 기를 수가 없어서, 사순절에 버터가 아니면 당장 식생활에 쓸 기름을 구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거기에 게르만 문화의 영향으로 버터를 선호하던 북유럽 지역에서는 교황청의 포고를 선뜻 따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독일과 영국, 프랑스, 덴마크와 스웨덴 같은 북부 지방에서 왕족과 귀족들은 사순절에 버터를 먹을 수밖에 없으니 그 죄를 용서해달라며 교황에게 면죄부를 신청하고 돈을 바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물론 교황청은 면죄부를 발급해주는 대가로 막대한 수익을 챙겼습니다. 

 

  교황청은 이렇게 면죄부를 통해 얻는 돈을 서기 7세기부터 이슬람교 세력한테 빼앗긴 기독교의 성지 예루살렘을 되찾으려는 십자군 전쟁을 위한 군자금으로 사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15세기 이후부터 이런 십자군 전쟁에 관한 회의가 점차 커졌습니다. 아무리 이슬람교 세력에 맞서서 십자군을 보내도 이슬람교 세력이 약해지기는커녕 더욱 강력해져 유럽을 위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오늘날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은 1453년 콘스탄티노플(현재 터키 이스탄불)을 함락시켜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킨 것을 시작으로 동유럽 깊숙이 계속 쳐들어왔습니다. 그리하여 1455년에는 세르비아가, 1456년에는 보스니아가, 1479년에는 알바니아가 오스만 제국한테 점령당했습니다. 심지어 1480년에는 이탈리아 남부 오틀란토에도 오스만 군대가 침입하였습니다.

 

오스만 제국 영토 팽창.jpg

 

콘스탄티노플 입성.jpg

 

니코폴리스 전투.jpg

 

모하치 전투.jpg

  

  날로 가중되는 오스만의 위협에 맞서 기독교권을 대표하는 입장에 있던 교황청으로서는 전쟁 자금이 절실했고, 그래서 십일조나 면죄부 판매를 통해 더 많은 돈을 충당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점점 늘어나는 세금에 대한 반발감도 더 커져만 갔습니다. 그 중에서 독일 지역은 교황청이 매기는 세금에 대한 반발이 거셌습니다. 독일인은 게르만족의 후손답게 버터를 좋아했는데 교황청은 사순절 기간에 버터를 먹는 행위를 허용하는 대가로 바치는 세금을 계속 올렸기 때문이었습니다. 식탁에서 버터를 먹을 때마다 머나먼 교황청으로 비싼 세금을 보내야 한다는 사실에 독일인들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그리하여 1520년 마침내 버터 금지령에 대한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독일의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는 유명한 선언서인 <독일의 기독교 귀족들에게 보내는 연설>에서 교황청의 버터 금식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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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순절 이전에 버터를 먹는다고 대체 무슨 죄가 된다는 것입니까? 로마 교황청의 버터 금식령은 성경 어디에도 그 근거가 없는 허황된 말일 뿐입니다. 더구나 로마 교황청은 부유한 왕족과 귀족들에게 사순절까지 버터를 먹어도 된다는 면죄부를 발급해주는 대가로 막대한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런 교회의 썩어빠진 현실을 바로 잡지 않는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버터 금식령을 반대하고 나선 루터의 외침은 순식간에 북유럽 각지로 퍼져나갔습니다. 덴마크와 스웨덴을 비롯한 스칸디나비아의 나라들은 루터의 말에 따라 가톨릭교회와 단절하고 그가 창설한 개신교를 믿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네덜란드와 독일 북부에서는 성난 군중들이 가톨릭교회로 몰려가 불을 르는 사고가 빈발했습니다. 그리고 개신교를 믿게 된 북유럽 지역에서는 두 번 다시 가톨릭 교회의 세력이 회복되지 못했습니다.


  천 년 동안 중세 유럽을 지배했던 가톨릭 교회를 위협한 종교 개혁을 일으킨 동기는 바로 버터 때문이었습니다. 이렇듯 역사는 아주 사소한 동기로부터 커다란 변화가 시작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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