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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놓고 보니, 할머니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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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b
댓글 0건 조회 2,668회 작성일 23-06-25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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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설에서 흔히 불여우는 사람으로 둔갑해서 다른 사람을 해치는 무서운 요괴로 나옵니다. 

 

하지만 간혹 엉뚱한 사람을 두고 불여우가 둔갑한 사람으로 착각했다가 큰 봉변을 당하는 경우도 있는데, 충청남도 홍성군에 전해지는 전설에 그러한 사례가 언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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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홍성군에 두 형제가 살았는데, 부모가 죽자 욕심이 많은 형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을 몽땅 독차지하고 동생을 집에서 쫓아냈습니다. 

 

쫓겨난 동생은 먹고 살기 위해 소금 장수가 되어 이리저리 돌아다녔는데, 하루는 산을 넘어가다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소나무 숲에서 불여우 한 마리가 사람의 해골을 덮어쓰고는 공중으로 재주넘기를 3번 하자, 할머니로 둔갑을 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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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로 변한 불여우가 산을 넘어 큰 마을로 가서 부잣집으로 들어갔는데, 그 집안 사람들은 불여우를 보더니 외할머니가 오셨다면서 반가워하며 안방으로 안내했습니다.

 

그때 불여우를 따라온 소금장수 동생이 부잣집 사람들한테 "나는 먼 곳에서 와 배가 고프니 밥이나 한끼 차려주십시오."라고 부탁해 한 끼를 잘 얻어먹고는 "대접을 잘 받았으니 그 답례로 재주넘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모두 마당으로 모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소금장수 동생은 마당에 멍석을 깔고 재주를 넘다가 곧바로 손에 쥐고 있던 막대기를 들어 할머니로 둔갑한 불여우를 때려 죽여버렸습니다.

 

매우 놀란 부잣집 사람들한테 소금장수 동생은 "저 시체를 잘 보십시오."라고 말했고, 잠시 후 할머니의 시체는 온몸이 붉은 털로 뒤덮인 불여우로 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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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불여우가 덮어쓴 해골은 그 부잣집의 진짜 외할머니였습니다. 외손자의 결혼식을 보러 산을 넘던 할머니는 도중에 불여우의 습격을 당했고, 외할머니를 잡아먹은 불여우는 할머니의 해골을 머리에 덮어쓰고는 부잣집 외할머니로 둔갑했던 것입니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부잣집 사람들은 외할머니의 원수를 갚아 준 소금장수 동생한테 감사의 뜻으로 많은 돈을 주었고, 소금장수는 그 돈을 가지고 많은 땅을 사고 큰 집은 지은 뒤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이 소문을 듣고 부자인 형은 동생의 집으로 달려가 이유를 물었고, 동생이 사실대로 대답하자 형은 자신도 동생처럼 소금 가마니를 지고 산으로 가서 지나가는 할머니를 보자 쫓아가 부잣집으로 들어간 다음 "저 할머니는 둔갑한 불여우다!"라고 소리치고는 막대기로 때려 죽였습니다.

 

하지만 그 할머니는 둔갑한 불여우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었고, 살인죄를 저지른 형은 그만 분노한 부잣집 사람들한테 몰매를 맞아 죽고 말았습니다. 

 

한편 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생은 형의 시체를 거두어 잘 묻어주고는 형의 남은 가족을 보살피며 살았다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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