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아기를 죽였던 일본의 풍습, 마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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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흉년이 들면 부모는 굶어 죽고, 자식은 배터져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비록 농사가 나빠 식량이 부족해진 흉년에서도 부모는 자신들이 굶어 죽을 만큼 음식을 자식한테 배가 터질 만큼 먹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일본에는 저런 속담과 정반대되는 끔찍한 악습이 있었으니, 흉년이 들어 식량이 부족해지면 부모가 갓 태어난 자식인 아기의 목을 졸라 죽여 버린다는 마비키(間引き ‘솎아낸다’는 뜻)였습니다.
마비키가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밝혀진 역사적 자료들을 토대로 추론을 해 본다면, 일본 전체가 전쟁에 휩싸이던 전국시대(1467~1615년)부터 이미 마비키가 있었다고 합니다.
일본에 기독교를 전파하러 왔던 예수회의 선교사인 포르투갈인 루이스 프로이즈는 그의 저서인 일본사에서 마비키에 대해 "유럽의 여자들은 아기를 낳아도 가난해서 기를 형편이 못된다고 여기면 그저 아기를 버릴 뿐이지만, 똑같은 상황에서 일본 여자들은 아기의 목을 다리로 둘러서 죽인다."라고 기록했습니다.
1615년에 전국시대는 끝났으며, 그 이후로 253년 동안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그의 후손들이 일본 전체를 지배하는 에도 막부의 시대가 열렸습니다. 에도 막부 시대는 하루도 전쟁이 쉬지 않고 벌어졌던 전국시대와는 달리 전쟁이 없던 평화로운 시대였으나, 이런 에도 막부 시대에도 마비키는 전국시대에처럼 계속 이어졌습니다.
에도 막부 시대에는 96만 명이 굶어죽은 교호 대기근(1732~1733년)이나 140만 명이 굶어죽은 텐메이 대기근(1782~1788년), 20~30만 명이 굶어죽은 텐보 대기근(1833~1839년) 같이 추운 날씨로 인한 흉년과 대기근이 연이어 벌어졌기에 농민들이 먹고 살기가 힘들었던 탓도 있었으나, 그보다는 정부인 에도 막부의 세금 정책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에도 막부의 관리들은 "참기름과 백성의 세금은 짜면 짤수록 나온다."라는 믿음을 갖고 있어서, 농민들한테 거두는 세금을 일부러 높게 매겼습니다. 그래서 에도 시대의 일본 농민들은 전체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일이 의무였습니다. 그나마 이 정도는 전국시대보다 낮아진 수치였는데, 전국시대에는 세금이 무려 소득의 70~80%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전국시대가 끝나고 일본에 평화가 찾아온 에도 막부 시대에도 일본 농민들이 소득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할 만큼 높은 세금에 시달렸던 데에는 에도 막부의 창시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백성들은 죽지도 살지도 못하게 하라."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정책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야지 백성들이 당장 먹고 살기에 급급해서 정부에 반항할 생각을 아예 못한다는 속셈에서 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에도 막부는 당시 일본 전체 인구의 약 84%를 차지하고 있던 농민들한테 "잡곡과 콩잎을 주식으로 하고, 백미는 세금으로 바쳐야 하니 가급적 먹지 말라."고 식생활에까지 일일이 간섭을 하였습니다.
에도 막부 기간 동안, 일본 전체를 통틀어 한 해에 마비키로 죽는 아이들은 약 4~5만 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일본은 1726년부터 인구 조사를 했는데, 에도 막부 시대가 끝나는 메이지 유신 이전까지 인구가 대체로 2700만 명 수준으로 유지되었습니다.
이는 마비키를 통해 일본 농민들이 아기들을 죽여서 인구가 조절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대략 140년 동안 최대 600만 명의 아기들이 마비키로 죽어갔던 셈입니다.
특히 마비키로 죽는 아기들 중에서 상당수는 여자 아이들이었습니다. 에도 막부 시대, 일본 농민들 사이에서는 "딸은 쓸모가 없으니 키우지 않는 편이 좋다."라는 말이 나돌 만큼, 여성의 인권이 형편없게 취급되었습니다. 그나마 딸을 키우는 경우에도 기근이나 무거운 세금 때문에 집안의 형편이 어려우면, 딸을 매춘부로 유곽(창녀촌)에 팔아넘기는 일이 매우 많았습니다.
이런 인신매매는 에도 막부 시대가 끝난 메이지 유신 시대에 가라유키상이라고 하여 30만 명의 일본인 여성들이 해외에 성노예로 팔려갔던 일의 기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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